나의 이야기
2026년 7월 13일 저녁, 광안리 해변에서 달리기를 멈췄다. 두 번째 구간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차오르고 갈비뼈까지 아팠다. 속도를 낮춰도 숨이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멈췄다. 걸어서 집에 오는 길에 통증이 사라졌다. "괜히 멈춘 건가?"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AI에게 물어봤다. 무리해서 다시 달리는 것보다 오늘은 쉬는 게 낫다고 했다. 쉬기로 했다.
쉬는 날에도 불안했다. 힘들게 만든 달리기 루틴이 끊길까 봐서였다. 불안만 붙들고 있지 않고 그날의 조건을 짚어봤다. 긴 바지를 입었고, 잠이 부족했고, 저녁을 배부르게 늦게 먹었다. 이것이 통증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다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이 세 가지였다. 다음 달리기 전에 반바지로 바꾸고, 충분히 자고, 저녁은 소화가 쉬운 것으로 조금 일찍 먹었다.
조건을 바꿔 다시 하는 방식은 하루를 열고 닫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2026-08-11 ~ 2026-10-06 · 아침 37 / 저녁 36 · 공휴일 제외 37일 중 37일 · 최장 37일 연속
(출처: 리추얼 기록)7월 15일 저녁, 다시 나가 천천히 달렸다. 완주하기 전까지도 확신은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해냈다.
문제를 해결한 방식은 개발할 때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이어리 앱의 계정 삭제 기능을 구현할 때였다. 계정을 삭제해도 다른 브라우저에서 열면 삭제된 계정으로 로그인이 됐다. 수정 요청을 두세 번 했을 땐 한 번에 너무 많이 보내서 그런가 싶었다. 수정 사항을 나누어 보내보기도 하고, 하나만 골라 요청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같은 오류가 계속 나왔다. 답답했다. 자동 테스트는 모두 통과했는데 콘솔창에는 빨간 줄이 한가득이었다. 이쯤 되자 AI가 만들어준 다른 코드들도 의심스러워졌다. 결국 직접 디버깅을 시작했다. 계정을 실제로 삭제하는 게 아니라 로컬 스토리지에 삭제 표시만 남기고 있었다. 안티패턴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번에는 스토리지의 데이터를 먼저 지우는 바람에 탈퇴 마커까지 사라져 계정을 삭제하지 못했다. 클라우드 삭제, 마커 기록, 세션 종료. 삭제 순서를 명시한 뒤에야 계정이 제대로 지워졌다.
사람 앞에서도 같은 방식을 쓰려 했다. 8월 11일, 리추얼을 시작한 날 오늘의 첫 행동으로 "먼저 인사하기"를 적었다. 그날 저녁 기록은 "일부 실천했다"였다. 나를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고 가만히 있기보다 먼저 말을 시작하려고 노력했다고 적었고, 나에게 남기는 말에는 "내성적이라는 단어에 갇혀서 할 수 있는 일도 포기하지 말자"고 썼다. 일터에서는 전자결재 연동이 개인 경험에만 의존해 병목과 소통 착오가 잦았다. 그래서 API 호출 순서, 에러 코드별 대응 가이드, 단계별 테스트 시나리오를 위키에 정리해 누구나 연동하고 검증할 수 있게 했다.
예전에는 일이 뜻대로 안 풀리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곤 했다. 지금도 문제가 터지면 당황스럽고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조건을 바꾸어 성공해 본 경험을 통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부터 찾게 됐다.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오류 앞에서도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풀어가고 싶다.
